『여행의 이유』 리뷰: 김영하 작가가 들려주는 여행의 의미
여행에 대한 아홉 가지 이야기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왜 여행을 떠나는지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코로나 이후 여행이 제한되면서 더욱 그리워진 것이 여행이었습니다. 단순히 관광지를 소개하는 여행서가 아니라, 여행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는 책이라는 점에 끌렸습니다.
작가는 뉴욕, 파리, 부에노스아이레스, 방콕, 부다페스트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느낀 것들을 아홉 개의 장으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각 장은 독립된 에세이처럼 읽히지만, 모두 "왜 여행하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첫 번째 장 "누가 되고 싶은가"에서 작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행지에서는 평소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내성적이던 사람도 여행지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고, 평소 시도하지 않던 음식이나 활동에 도전합니다.
이것은 여행이 주는 익명성과 자유 때문입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는 평소의 역할과 기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직원, 누군가의 배우자가 아닌, 그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 부분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작년 혼자 떠난 제주 여행에서 평소라면 절대 가지 않을 재즈 바에 들어갔고, 옆 테이블 손님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서울에서의 나라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길을 잃는다는 것
"길 위에서의 사유"라는 장에서 작가는 일부러 길을 잃어보라고 권합니다. GPS 없이, 계획 없이, 그저 발걸음 가는 대로 걸어보라고요.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골목, 작은 카페,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현대인은 길 잃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가장 빠른 경로,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여행에서만큼은 비효율이 오히려 선물이 됩니다. 계획에 없던 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고, 예정에 없던 식당에서 최고의 식사를 하게 됩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길을 잃는다는 건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는 뜻"이라고. 이것은 여행뿐 아니라 인생에도 적용되는 통찰입니다. 우리는 너무 정해진 길만 따라가려 하지 않나요?
음식과 여행
"식탁 위의 여행"에서는 음식과 여행의 관계를 다룹니다. 작가는 낯선 음식을 먹는 것이야말로 그 지역 문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베트남의 쌀국수, 멕시코의 타코, 일본의 라멘... 각각의 음식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미슐랭 레스토랑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작은 식당에서, 그들이 매일 먹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 그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작년 방콕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길거리 노점에서 팟타이를 먹으며 현지인들과 섞여 앉아 있던 순간, 관광객이 아니라 그곳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혼자 여행하기
"혼자 떠나기"라는 장은 많은 독자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작가는 혼자 하는 여행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동행자를 배려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마주할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날 때는 두렵습니다. 외롭지 않을까, 위험하지 않을까, 재미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앞섭니다. 하지만 작가는 말합니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일상이 달라 보입니다. 혼자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혼자 식사하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집니다.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행이 가르쳐준 것들
"돌아오는 이유"라는 마지막 장에서 작가는 역설적으로 여행의 끝, 즉 귀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결국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여행 전의 일상과 여행 후의 일상은 다릅니다.
여행은 우리에게 비교의 기준을 줍니다. 다른 문화, 다른 가치관, 다른 삶의 방식을 보며 내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사는 것도 가능하구나",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를 배웁니다.
작가는 여행의 궁극적 의미는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낯설어진 눈으로 익숙한 곳을 다시 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내가 사는 동네를 여행자의 눈으로 걸어보세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일 것입니다.
읽기 편의성과 문체
김영하 작가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들이 빛을 발합니다. 약 240페이지의 부담 없는 분량에, 각 장이 30~40페이지 정도로 구성되어 있어 한 번에 한 장씩 읽기 좋습니다.
사진이나 그림은 거의 없고 텍스트 중심입니다. 하지만 작가의 묘사가 워낙 생생해서 글만으로도 그 장소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여행 가이드북처럼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여행의 본질과 의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대상
-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막상 떠나지 못하는 사람
- 혼자 여행을 고민하는 사람
- 단순한 관광이 아닌 의미 있는 여행을 원하는 사람
-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
- 김영하 작가의 팬
반대로 구체적인 여행 정보나 팁을 원한다면 이 책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관광지 정보, 숙소 추천, 교통편 안내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이 책은 여행의 철학에 대한 책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여행
이 책을 코로나 이후에 읽으면 더욱 특별합니다.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었던 시기를 겪으며 우리는 여행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과거에 했던 여행을 떠올리기도 하고, 앞으로 떠날 여행을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자유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이제 다시 여행할 수 있게 된 지금, 책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더 의미 있는 여행을 계획하고 싶어집니다.
실천해보고 싶은 것들
이 책을 읽고 다음 여행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을 메모했습니다.
- 하루는 계획 없이 발걸음 가는 대로 걸어보기
- 현지인이 가는 식당에서 그들이 먹는 음식 먹어보기
- 혼자 여행을 떠나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기
- 사진 찍기에 급급하지 않고,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기
- 여행 일기를 써서 그날의 감정과 생각 기록하기
최종 평가
별점: ★★★★★ (5/5)
『여행의 이유』는 여행 정보를 찾는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여행의 의미를 찾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책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이라는 보편적 경험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다음 여행을 떠나기 전에, 혹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여행을 단순한 관광이 아닌, 자기 발견과 성찰의 시간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세요.
여러분은 왜 여행을 떠나시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나 여행지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이 책을 읽어보셨다면 어떤 부분이 가장 공감되었는지도 함께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