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리뷰: 마이클 샌델이 던지는 도덕적 질문들

안녕하세요 도서관봉사냥이(도봉냥) 입니다.


하버드 최고 인기 강의를 책으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하버드 대학교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이 수강한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입니다. 철학책이라고 하면 어렵고 지루할 것 같았지만, "정의"라는 주제만큼은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관심이 갔습니다.

특히 요즘 사회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논쟁들, 예를 들어 부의 재분배, 사형제도, 대리모, 군 가산점 같은 이슈들을 보며 "정의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그 답을 줄 수 있을까요?

트롤리 딜레마로 시작하는 철학

책은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로 시작합니다. 폭주하는 전차가 선로 위의 다섯 명을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당신이 선로 전환기를 당기면 전차의 방향이 바뀌어 한 명만 죽습니다. 당신은 전환기를 당기겠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긴다"고 답합니다.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상황을 조금 바꿉니다. 이번에는 다리 위에서 전차를 내려다보고 있고, 옆에 뚱뚱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그를 밀어서 선로에 떨어뜨리면 전차가 멈춰 다섯 명이 살아납니다. 당신은 그를 밀겠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에는 "밀지 않는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습니다. 한 명이 죽고 다섯 명이 삽니다. 왜 우리는 첫 번째는 허용하고 두 번째는 거부할까요?

이런 사고실험을 통해 샌델은 우리 도덕 판단의 기저에 깔린 원칙들을 끄집어냅니다.

세 가지 정의론: 공리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책의 핵심은 정의에 대한 세 가지 주요 접근법을 소개하고 비교하는 것입니다.

공리주의 (벤담, 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정의입니다. 어떤 행동의 옳고 그름은 그것이 가져오는 행복과 고통의 총량으로 결정됩니다. 논리적으로는 명쾌하지만, 소수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자유주의 (칸트, 로크, 노직):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최우선입니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개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극단으로 가면 불평등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주의 (아리스토텔레스, 샌델): 선한 삶, 공동선, 시민의 덕성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며, 공동체의 가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누가 공동선을 정의하는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가장 치열했던 논쟁들

책에서 다루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흥미진진합니다.

대리모: 가난한 여성이 돈을 받고 부유한 부부를 위해 아이를 낳는 것은 정당한가? 자유주의 관점에서는 자발적 계약이므로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몸과 생명을 상품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군 복무 가산점: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에게 공무원 시험 가산점을 주는 것은 정당한가? 국가에 기여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과, 여성에게 불리한 차별이라는 입장이 충돌합니다.

구제금융: 2008년 금융위기 때 은행을 구제한 것은 정당했는가?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과, 잘못한 기업을 세금으로 구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 대립합니다.

이런 문제들에는 명확한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과정 자체가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되었던 질문

저에게 가장 어려웠던 질문은 "능력주의(meritocracy)"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노력한 만큼 받는 것이 정의"라고 배웠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좋은 대학에 가고, 열심히 일하면 많은 돈을 벌고, 능력 있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샌델은 묻습니다. 당신의 능력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타고난 지능, 건강한 신체, 좋은 가정환경은 모두 운입니다. 당신의 노력도 부모의 교육과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능력에 따른 보상이 정말 정의로운가?

이 질문은 제 가치관을 흔들었습니다. 저는 "노력해서 이룬 것"에 자부심을 느꼈는데, 그것이 사실은 운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인식이 더 겸손하고 공감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정답을 주지 않는 책

샌델은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입장을 소개하고, 그 장단점을 분석할 뿐입니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유도합니다.

어떤 독자는 이것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의가 뭔데?"라고 묻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정의에 대한 절대적 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다른 관점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를 갖추는 것입니다.

읽기 난이도와 구성

철학책이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읽힙니다. 샌델은 복잡한 철학 개념을 구체적인 사례와 비유로 풀어냅니다. 약 35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2주 정도에 걸쳐 천천히 읽으며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합니다.

각 장마다 토론 주제가 제시되어 있어, 친구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고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몇 시간 동안 논쟁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상에서의 적용

이 책을 읽고 나서 뉴스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정치적 논쟁이나 사회적 이슈를 접할 때, "이것은 어떤 정의론에 기반한 주장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복지 정책 논쟁에서 보수는 자유주의적 입장(세금 줄이고 개인 책임 강조)을, 진보는 공동체주의적 입장(재분배와 공동선 강조)을 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기보다는, 각각 다른 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입니다.

또한 상대방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주장도 나름의 철학적 근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대상

  • 철학에 관심 있는 대학생
  • 사회 이슈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싶은 사람
  • 논리적 사고와 토론 능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
  • 법학, 정치학, 사회학 전공자
  • 세상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배우고 싶은 모든 사람

반대로 명확한 답과 실용적인 조언을 원한다면 이 책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집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샌델의 다른 책인 『공정하다는 착각』도 추천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능력주의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입니다.

또한 원전에 도전하고 싶다면 존 롤스의 『정의론』이나 칸트의 『도덕 형이상학 정초』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훨씬 어렵습니다.

최종 평가

별점: ★★★★★ (5/5)

『정의란 무엇인가』는 21세기 시민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철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모든 주장에 동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제기하는 질문들과 씨름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사려 깊은 시민, 더 공감하는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샌델의 말처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함께 좋은 삶에 대해 토론해야 합니다." 이 책이 그 토론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인가요? 책에서 다룬 사례 중 가장 고민되었던 질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